나도 슈퍼맨, 아니 슈퍼휴먼이 될 수 있을까
평온한 아침이었다. 미모(미라클모닝) 위클리 모임도 잘 마무리했고, 이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면 될 뿐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난, 언제나처럼 급한 일정의 번역을 마무리 짓고선 계정 1부터 계정 4까지 훑어 보고 있었다.
그 때, Akiflow를 설정하며 눈여겨 두었던 Superhuman이 갑자기 나타나 윙크를 날리는 것 아닌가. 아아, 아침부터 유혹이라니. 너무하지 않나.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아니 뿌리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시작하게 된 원인은 사소했다.
GTD(Get Things Done)에 도움이 된다는 솔루션들이 세브방에서 떠돌았다.
당시 나는 메일 계정이 여러 개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Akiflow가 해야할 일과 우선순위 설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가입과 무료 체험을 진행했다.
먼저, Akiflow와 Gmail의 연동으로 시작했다.
어려움은 없었다. 난 수백 번도 더 내 Gmail 계정을 각종 서비스와 솔루션에 팔아봤던 나쁜 남자였으니. 바로 그때였다.
Open your emails in Superhuman instead of Gmail.
'음? 이게 뭐지?'. 단순히 인공지능을 이용해 내 이메일을 정리해주는 솔루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선택해서 설정을 완료한 후 내 대시보드에서 아무리 이메일을 클릭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와, 이런 경험, 처음이었다. 가난한 집 자식에게 뺨 맞은 재벌집 외동이 이런 심정일까!
심지어 Superhuman 홈페이지에 가서 내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를 아무리 눌러도 아무 것도 진행할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선택 받은 특별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비싼(혹자는 좋다고 우기는) 솔루션임을 알게 됐다.
어떻게 봐도 매달 30불이나 주고 이용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여서 '너 없이도 잘 살아.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꺼야 '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잊고선 잘 지냈다. 어느날 아침에 이 메시지를 Gmail 오른쪽 구석에서 보기 전까지는.
[그림 4- Gmail에 표시된 유혹의 시그널]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Superhuman 사용 경험을 써 내려가기 전에 고백할게 있다.
난 금사빠이다. 금새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랑에는 돈이 필요하다 믿는다. 지금 아내를 만났을 때도 그러했다. 이 사람이다 싶어 아까운 게 하나 없었다.
지금 돌아보니 조금 아깝다.
결혼할 돈도 없었지만 놓치기는 싫었다. 밤 늦게까지 데이트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까지 번역 알바에 매달리곤 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아니 힘들어 할 여유가 없었다.
[그림 5 - 내 결혼자금을 채워주었던 고마운 분]
Superhuman도 그러했다.
엄청 빠르다니.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Akiflow와도 연동이 되다니. 무엇보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메일 솔루션이라니! 주저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생각해보니 하나는 있었다. 바로 가격!). 체험 기간 신청도 알아보지 않고 바로 결제했다.
사랑에 빠졌으니 돈을 쓴 것이다. 결제를 결정한 이유는 단, 하나. 마우스였다.
[그림 6 - 마이티마우스, 본문과 관련 있을 수도 있음]
마우스 사용 여부가 왜 중요한가. 이것을 설명하려면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3대 이야기 중 하나를 끄집어 내야 한다. 그래, 군대 이야기다.
논산훈련소(삐~~~~~ 자체 검열 중, 20줄 넘어감)를 지나 후반기교육(삐~~~~~ 자체 검열 중, 10줄 넘어감) 동안 들었던 가장 인상적이었단 말 한마디는 이것이였다.
자대에 가서 문서 작성 시 마우스를 사용하면 크게 혼날 수도 있다.
그래서 후반기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필사적으로 단축키를 외웠고, 실제로 프로그램 실행부터 작성 완료까지 마우스 한번 손대지 않고 거의 완벽하게 문서 작성할 수 있는 스킬을 갖추었다.
그리고 난 녹화촬영편집병이 되었다. 단축키따위...
결국, 난 20년 전부터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키보드에서 손 떼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작업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돕는 Superhuman을 만나는 그날 말이다.
난 Superhuman의 CEO가 대한민국 행정병 출신이라 믿는다. 그의 PTSD가 이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한 것이다.
[그림 7 - 대한민국 국군 행정병 출신이라 추측하는 Superhuman CEO, Rahul Vohra]
정말 기대됐다. 전우의 피땀눈물이 섞인 솔루션이다. 픽셀 하나하나 소중하다. 그 마음을 갖고 사용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민하게 된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이거야, 이거라고. 이것만 기억해!
[그림 8 - five, five, and five]
- 빠른 답장
- 각종 단축키
- 구독 취소
- 고급 검색
- 일괄 삭제
1. 빠른 답장
2. 각종 단축키
이 외에도 간편한 이메일 계정 전환이나 Split Inbox와 같은 기능도 유용하지만 핵심 기능이라 생각되지 않기에 다양한 기능과 소식을 살펴볼 수 있는 Superhuman 블로그 링크로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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