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이라 죄송합니다' 혹은 '문송합니다'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언어 교육을 전공한 터라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 여러 번 '문송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럼 이과생이나 과학자는 다르게 생각할까? 그러다 어느날 책을 읽다 재밌는 일화를 접했습니다.
19세기의 위대한 수학자였던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자주 직관적으로 답을 알아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이를 즉각 증명할 수 없었다고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도 그의 친구에게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난 내가 쓰고 싶은 색을 고르기 전까지 내가 캔버스에 무엇을 그리려는지 모른다네. 내 작품이 어떻게 나오리라 비교적 정확하게 가늠하는 건 훨씬 뒤에나 가능하지".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도 있다고 합니다. "수학이 애먹인다고 걱정하지 말게. 나는 자네보다 훨씬 심각하다네".
수학자도, 예술가도, 물리학자도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했나 봅니다. 어? 이러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그리면 될 것 같은데? 이게 정답인 것 같은데? 수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가 선행되는 것이 아닌 먼저 느낌을 갖는 겁니다. 다만 이들이 다른 것은 "느낌" 이후에 증명이나 표현을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했을 뿐입니다. 저는 매일 번역 일을 하는데, 가끔 남이 쓴 글을 고쳐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합니다. 한 단어, 한 문장씩 꼼꼼하게 볼 때도 있지만 대게는 시간에 쫓겨 빠르게 작업합니다. 이때, 검수 파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빠르게 훑어 읽어 내려가며 작업하는데 그러다 보면 갑자기 등골에서부터 불편함이 느껴지는 단어나 문장들이 있습니다. 그럼 십중팔구 틀리거나 적절하지 않은 단어나 표현이 쓰인 경우이고, 그제서야 저는 왜 적절하지 않은지 논리적 근거를 찾아 고치곤 합니다.
누구나 생각하고 느낍니다. 다만 누구나 똑같이 '잘'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무엇(WHAT)을 생각하냐보단 어떻게(HOW)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느끼는 것을 글로 표현하면 작가가 되고, 노래로 표현하면 가수가 되고, 숫자로 표현하면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아르망 트루소는 이런 말을 했나 봅니다. "모든 과학은 예술에 닿아 있다. 모든 예술에는 과학적인 측면이 있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오늘의 뜬금없는 글은 결론을 여러분의 느낌에 맡기며 애매하게 끝맺어 보겠습니다.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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